활동이 많은 아이들은 넘어져 뼈가 골절되더라도 완전히 부러지기보다 미세하게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잘 생기는 녹봉골절(綠棒骨折)이라는 질환이다.
아이의 뼈는 수분이 많아 어른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골절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이유다. 녹봉골절은 나무의 푸른 줄기가 꺾어지긴 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특성이 아이들 뼈의 성질과 비슷해서 생겨난 이름.
이승용 서울 튼튼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대개 뼈가 부러지면 우선 부기와 통증이 심하고 골절된 부위의 형태가 변하는데 녹봉골절엔 이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아이의 경우 의사표현이 서툴 뿐 아니라 X선 검사를 해도 환부가 자세히 나타나지 않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녹봉골절은 놀이나 운동 중에 넘어지거나 뛰어내리다가 팔을 뻗은 채 손을 지면에 짚으면서 잘 생긴다. 주로 손목과 앞 팔뼈, 팔꿈치, 빗장뼈 등의 순서로 잘 다친다. 또 닫히는 문에 손이 끼어 생기는 손가락 골절도 빈번하다.
다행히 어린이의 뼈는 빨리 아문다. 같은 골절이라도 성인이 4주 정도 걸릴 때 어린이는 1, 2주면 뼈가 붙는다. 뼈에 혈액을 공급하는 막인 골막이 어른보다 훨씬 두꺼워 혈액 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뼈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자칫 골절 부위를 맞추는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 중에 골절 부위가 어긋나 다시 뼈를 맞추어야 하는 경우엔 이미 골 유합이 시작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특히 손가락에 실금이 가거나, 야구공이나 농구공에 맞아 손이 펴지지 않는 경우엔 일반 골절에 비해 통증이 크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손가락을 다쳤을 때 손상 부위의 부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거나 부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퍼렇게 멍이 들며 아이가 자꾸 통증을 호소할 때는 뼈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원장은 “녹봉골절은 어른과 달라서 깁스를 푼다고 해서 완치되지 않는다”며 “성장장애나 기형에 대비해 깁스를 푼 이후에도 2∼4개월에 한 번씩 전문병원을 방문해 뼈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